
나야말로 그랬다. 자퇴를 할거라고 했지만 막상 자퇴할 용기는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처음 자퇴를 생각했을 땐 정말 그러고 싶었다. 불합리해 보이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대면하는 불합리의 일부일 지라도 나는 그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부딪히고 싶었다. 내가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부딪히고 사고쳐도 어른들이 으레 받아들일 만한 곳으로.
나를 완전히 부숴버리고 싶은 욕망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부숴버리려는 시도는 했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항상 망설임이 있었다. 잘 되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지만 잘 안되면 나는 정신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잊을 거라 생각하니 망설임이 일었다. 나는 나를 부수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까지 파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미련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미치지도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것도 행복하게. 어느 순간이라도 행복하다고 느끼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정말 행복하다.
세상이 뭣 같고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숨쉬고 사고하고 자아를 느끼며 이렇게 우울한 책을 읽을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죽어서도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생명이 있기에 산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교육이 있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우선 밑천으로 삼을 수 있는 발랄한 재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면 ㅡ 이런 경우는 불행히도 드문데 ㅡ 그것은 단지 발랄한 재능과 창조력만을 가진 사람보다 훨씬 가치있는 기록을 남기기 쉽다는 거야. 그런 사람들은 보다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그들의 생각을 끝까지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십중팔구 그러한 사람들은 학식이 없는 사상가들보다 겸손하다는 점이야. 알겠니, 내 말을?
ㅡ 본문에서, 앤톨리니 선생님이 홀든에게 한 말
나의 말은 대기 중으로 사라지고 우주 속에서 떠돌겠지만, 잘 쓰여진 나의 글은 복사되고 출력되고 여러사람에게 읽혀 그들에게 영향을 주어 모양을 남길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나에게 발랄한 재능 어쩌고는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미련하게 공부하려고 고집부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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